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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서는

'드뷔시' 음악을 감상했는데요

오늘 감상할 곡은

'드뷔시'에게

"바그너 음악은 여명을 닮은 노을에 불과하다"는

강한 비판을 받아야 했던 독일의 명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 (Richard Wagner, 1813~1883)의

'발퀴레의 기행'

(Ritt der Walküren)

(The Ride of the Valkyries)

입니다.

(발퀴레, 신계의 여전사)

'발퀴레'가 무슨 뜻인지는

뒤에서 자세히 살펴 보기로 하고

우선 '기행'이 무슨 뜻인지를 보면,

영어 제목에서 알 수 있둣이

Ride - 기행 - 騎行,

즉, '말을 타고 달린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발퀴레의 기행'은

'발퀴레'가 말을 달린다는 뜻이죠.

(발퀴레의 기행 - 말달리기)

***

바그너 음악은

많은 작품 중에서도

특히

유럽의 여러 신화와 전설을 주제로 한

장편 오페라들로 유명한데

오늘 감상할 5분여의 짧은

'발퀴레의 기행'은

그의 웅장하고 철학적이고 난해한 악풍을

여실히 보여주는,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발퀴레의 기행'은

바그너의 필생의 역작이자

4부작으로 된 대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제2부인 '제1야 - 발퀴레'의 3막에서

전주곡으로 연주되는

관현악곡입니다.

바그너는

오페라의 모든 대본들을

직접 집필한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특히 이 작품의 제목은

여러가지 이상한 이름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무슨 뜻인지 하나하나 살펴 봅니다.

'니벨룽'(Nibelung)이란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한 난장이 종족의 이름입니다.

그러니까 '니벨룽의 반지'는

'니벨룽족의 반지'라고 해도 되겠죠.

한국에서는

'니벨룽겐의 반지'라고 더 많이 불리는데

이는 독일어 제목,

'Der Ring des Nibelungen'

잘못 번역한 것입니다.

Nibelungen은 Nibelung의 소유격 변화형이지

독립된 명사가 아닙니다.

Nibelungen 자체가 "니벨룽의"란 뜻이므로

'니벨룽겐의 반지'라고 하면

번역오류가 되겠습니다.

 

***

이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는

바그너가 35세 때인 1848년부터

대본의 초안을 집필하고 작곡하기 시작해서

26년이 지난 1874년에야

총 4부작으로 완성됩니다.

(1부) 전 야 - '라인의 황금' (초연: 1869년, 뮌헨)

(2부) 제1야 - '발퀴레' (초연: 1870년, 뮌헨)

(3부) 제2야 - '지크프리드' (초연: 1876년. 바이로이트)

(4부) 제3야 - '신들의 황혼' (초연: 1876년, 바이로이트)

이 오페라의

전곡 공연시간은

무려 16시간이 넘습니다.

그래서

4부 전체를 한꺼번에 공연하는 경우는 드물고

주로 일부만 공연하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2부. 제1야 - '발퀴레'가

가장 자주 공연되는 파트라고 합니다.

(한국에선 2005년,

4부 전체를 4일에 걸쳐 하루에 1부씩

연속 공연한 적이 있다고 함)

그럼

'발퀴레' (Walküre),

또는 영어로 '발키리'(Valkyrie)

무슨 뜻일까요.

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이 오페라의 원전인

게르만 신화 '니벨룽의 노래'를 바탕으로

오페라 줄거리를 간략히 정리해 봅니다.

니벨룽의 반지

('니벨룽의 반지' 줄거리 요약)

(제1부: 라인의 황금)

라인강에 가라 앉아 있는 황금을

라인강의 세 요정처녀가 지키는데

니벨룽 족의 난장이가

이 황금을 빼앗아 황금반지를 만든다.

신들의 왕 '보탄'은

'니벨룽'족에게서 이 반지를 빼앗아

신들의 궁전, '발할라'성을 지어준 거인족에게 주고

'니벨룽'족은 반지에 저주를 건다.

'보탄'은 반지가 '니벨룽'에게 다시 넘어가

신계가 멸망하게 될까 두려워 하며

거인족으로부터 반지를 다시

빼앗기로 한다.

(제2부: 발퀴레)

'보탄'은

인간계의 '발중' (Walsung)족 여인에게서

사생아 쌍동이 남매,

'지크문트'(Sigmund)와 '지크린데' (Siglinde)를 낳아

'지크문트'를 통해

반지를 회수할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지크문트'와 '지크린데'는

서로 떨어져 자라다가

'지크린데'는 '훈딩' (Hunding)에게 시집간 후

뒤늦게 '지크문트'를 만나

오누이 인지도 모르고 사랑에 빠진다.

훈딩은

지크문트를 죽이려 한다.

'보탄'은 자신의 딸이자 '발퀴레'인

'브륀힐데' (Brünnhilde)를 보내

지크문트가 죽지 않도록 보호할 것을 명한다.

'발퀴레'는

'보탄'이 낳은

신계의 딸 9명으로 구성된 여전사들로

날개 달린 말을 타고

전세계 전쟁터를 누비면서

부상당한 병사들을 발할라 성으로

호송해 오는 임무를 가진다.

하지만

'지크문트'는 결국

'훈딩'에게 찔려 죽게 되고

'브륀힐데'는 신권을 박탈당하고

인간계에서 깊은 잠에 빠진다.

(제3부: 지크프리트)

'지크린데'는

유복자 아기 '지크프리트' (Sigfried)를 낳고 죽는다.

'지크프리트'는

'니벨룽'족인 '미메'(Mime)의 손에 키워져서

용맹한 아이로 자란다.

'보탄'의 손자이면서

신계 왕의 손자인지도 모르는

'지크프리트'는

이 오페라의 핵심적 주인공이다.

그는 용맹하고 초인적인 능력을 지녔지만

순진무구한 인간이다.

'지크프리트'는

용으로 변신한 거인족, '파프너'를 죽여서

반지를 차지하고

용의 피가 손가락에 묻으면서

새의 말소리를 알아듣는다.

그때까지

여자를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지크프리트'는

새에게 자신의 짝이 어디있는지 묻는다.

새들은 '브륀힐데'가 자고 있는 곳을 알려준다.

'지크프리트'는

잠자는 '브륀힐데'에게 키스를 하고

잠에서 깬 그녀는

자신의 조카인

'지크프리트'를 사랑하게 된다.

'보탄'은

'지크프리트'를 이리저리 시험하다가

'지크프리트'의 검에 맞아

신으로서의 권능을 상실한다.

게임 속의 지크프리트

(제4부: 신들의 황혼)

'지크프리트'는

영웅적인 모험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브륀힐데'에게는

사랑의 증표로 반지를 준다.

'보탄'은

반지를 다시 라인의 처녀들에게 돌려 주어야만

신들이 반지의 저주로부터

자유롭게 된다면서

'브륀힐데'를 설득하지만

거절당한다.

한편,

'기비히' 성에 이른

'지크프리트'는 반지를 차지하려는

'니벨룽' 후손, '하겐'의 꼬임에 빠져

미혼약을 마시고 기억을 상실한다.

성주, '군터'의 여동생, '구트루네'와 결혼하기로 하고

'군터'에게 '브륀힐데'를 찾아다

바치겠다고 약속한다.

'군터'의 모습으로 변신한

'지크프리트;는 '브륀힐데'를 찾아가

반지를 빼앗고

'기비히' 성으로 데리고 온다.

그녀는

본 모습으로 돌아 온 '지크프리트'가

'구트루네'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고

'지크프리트'의

치명적인 신체적 약점이

등짝에 있음을 '하겐'에게 누설한다.

'하겐'은

'지크프리트'를 죽일 기회를 엿보다가

그의 기억이 점차 되살아 나고 있음을 확인하고

결국 등을 찌른다.

'지크프리트'는 '브륀힐데'의 이름을

부르며 죽는다.

'하겐'이

'지크프리트'의 손에서 반지를 빼려고 했으나

시신의 손이 움직여 실패하고 만다.

'브륀힐데'는

자신이 오해와 실수를 했음을 깨닫고

슬퍼 하면서

'지크프리트'의 손에서 반지를 빼서

자기 손에 끼고

'지크프리트'를 화장하는 불길 속에 뛰어 들어

함께 죽는다.

라인의 처녀들이 나타나

재 속에서 반지를 찾아내자

반지는 찬란한 빛을 뿌리며 라인강 바닥으로

되돌아 간다.

***

이상 살펴 본것처럼

이 오페라는

권력을 상징하는 황금과 반지를 둘러싼

영웅들의 사랑과 모험, 종족간의 투쟁과 몰락을

서사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권력이란

부모 자식간에도 나눌 수 없을 뿐 아니라

한번 맛을 들이면

썩어가는 길 외에 다른 길이 없다는건

만고의 진리.

여기서 잠시,

'니벨룽의 반지'는

'반지의 제왕'과 어떤 관계일까?

이 두가지 이야기는

동일한 북유럽 신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뿌리가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만,

'니벨룽의 반지'는

지니는 자에게 저주가 내려진다는 설정인 데 반해

'반지의 제왕'에서 절대반지는

지니는 자가

오히려 반지에게 지배를 당하게 된다는

약간 진화된 개념이라 합니다.

인간의 구원은

신의 권능이 아니라 오직 인간의 사랑으로만

이뤄질 수 있으며

신의 존재는 퇴락해 버리고

인간의 권력과 욕망은 먼지에 불과하다는게

바그너 철학의 근간이라고 합니다.

***

(바그너, 1813~1883)

(바그너 음악의 특징)

그는 9살 때

'베버' (Karl Maria von Weber, 1786~1826)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를 본 후

본격적으로 음악공부를 하고 작곡가가 됩니다.

바그너는

음악가로만 알려져 있지만

힌편으로는 작가이자 철학자이기도 하고

오페라를 통한

음악극 예술의 완성을 꿈꾼

종합예술가입니다.

또한

바그너는

어떤 음악가에 비해서도

정치, 사회적으로

상당히 특이한 성향을 보입니다.

우선 개인적으로는

사치가 심하고 씀씀이가 커서

늘상 빚에 쪼들립니다.

그는 라트비아의 '리가'에서

잠시 오페라 감독을 한 적이 있는데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고 야반도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 '리가'시에는

그가 살았던 곳에 '바그너' 거리를 만들어

기념하고 있지만 말이죠.

정치적으로는

반유대주의적, 사회주의적인

성향을 보입니다.

반정부 시위를 벌이다가

오랜기간 해외에서 망명생활을 하기도 합니다.

사회적으로는

민족주의 성향이 강해서

그의 오페라 곳곳에는

독일민족의 영웅적 정신을 고양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배어 있다고 평가됩니다.

철학적으로

'바그너'는 '쇼펜하우어'의

절대적 추종자입니다.

'니벨룽의 반지'는

바로

쇼펜하우어의 철학이 그대로 녹아있는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쇼펜하우어)

 

(니벨룽의 반지와 쇼펜하우어)

당시

철학의 대세였던 '헤겔'이

세상을 이성에 의한 규칙적이고 논리적이며

통제 가능하고 낙관적인 것으로

규정한데 반해,

'쇼펜하우어'는

정반대로

세상을 비논리적, 불규칙적, 충동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인간은 오직 생명유지를 위한 끝없는 욕심으로 인해

권력과 재화를 향한 갈등과 투쟁,

이성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반복되는 실수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따라서

인간의 삶은

불행과 고통의 연속이 된다는

염세주의를 주장합니다.

그는

모든 욕심을 버리는

'해탈'이라는 경지만이

인간을 고통과 불행에서 구할 수 있다고 했죠.

'니벨룽의 반지'에서 보면,

반지를 쟁취하기 위한 종족간의 투쟁이 그렇고

서로 알게 모르게

계속 반복되는 근친상간들이 그렇습니다.

또 마지막에

모든 인간들이 파멸을 맞고

반지가 라인강에 되돌려짐으로써

세상의 평온을 찾는다는 내용도

그의 '해탈' 사상과 맥이 닿아 있습니다.

***

(바그너와 유대인)

바그너 음악은

나중에

나치 히틀러가 독일민족 정신을 고취하고

전쟁을 독려하는데 이용함으로써

크게 훼손됩니다.

특히

유대인을 학살할 때

바그너 음악을 틀어 주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해서

아직도

이스라엘에서

바그너 음악은 사회적 금지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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