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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바로크 시대의 거장, 비발디, 텔레만, 바흐, 헨델 4인의 삶과 음악을 정리하면서 당시 얽히고 설켜 있었던 유럽 각국 역사의 시대적 배경과 수많은 음악가들간의 다양한 에피소드 속에 깊숙이 빠져 있다 보니 마치 1600년대 중반부터 1700년대 중반까지의 서양 음악계 한복판에 타임머신을 타고 들어갔다 나온 듯한 느낌이 듭니다. 아직 시작에 불과한 우리의 기나긴 음악기행 속에서 우리는 어느덧 바로크에서 고전주의로 넘어가는 전환점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 첫 이야기를 '하이든'에서 시작합니다.

제가 학교 음악시간에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Franz Joseph Haydn)에 대해 배운거라곤 '교향곡의 아버지', '놀람 교향곡'과 '장난감 교향곡'의 작곡가라는 것 정도였습니다. 그나마 '장난감 교향곡'은 근년에 이르러 학자들 사이에서 원작자가 그의 동생인 ''미하일 하이든'이라느니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드 모차르트'라는 둥 수많은 이견이 대두되면서 아무튼 '하이든'의 작품은 아닌 것으로 기정사실화 되었고 우리의 '하이든'에 관한 짧은 상식은 졸지에 3분의 1이나 날아가 버렸습니다. 우리에게 이름 석자만 친숙했던 '하이든', 그는 어떤 음악가였는지, 그의 삶과 음악을 좀더 깊숙이 살펴보면서 클래식 지식을 급속 충전해 봅니다.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 (1732~1809), 파파 하이든이라 불린만큼 온화한 얼굴이다.)

 

 

1. 비발디 장례식장의 합창단 소년이 '교향곡의 아버지'가 되다

1741년 '비발디'의 장례식에 9살짜리 소년 '하이든'이 합창단원으로 참석했었다는 이야기를 비발디편에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 시점을 횡으로 잘라보면, '텔레만'이 46권째 마지막 악보집 출간을 마치고 환갑을 맞아 후진양성에 힘을 쏟기 시작한 때이자, '바흐'가 라이프치히 음악장으로 일하면서 클래식 역사상 최고 작품인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2권 출판을 마무리 중인 시기였고, '헨델'이 영국에서 불후의 명작 오라토리오 '메시아'를 세상에 내놓은 바로 그 무렵입니다. 또 불세출의 고전주의 작곡가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태어나기 각각 15년과 29년전의 시점이기도 하지요.

이처럼 '하이든'이 소년 합창단원으로 음악의 꿈을 키우던 시절은 수많은 바로크 거장들이 역사의 무대 뒤로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하고 일부는 음악인생의 절정기를 맞아 작곡의 마지막 불꽃을 피워 올리던 바로크 시대의 끝자락이자, 신에게서 인간으로 좀더 삶의 무게중심이 옮겨진 새로운 음악세계에 대한 대중의 갈증과 함께 고전주의 음악이 조금씩 태동되기 시작한 음악사적 변곡점의 한 가운데였습니다. 그는 바로크 시대 작곡가들의 마지막 후배이자 모차르트, 베토벤 등 고전주의 작곡가들에게는 대 선배로서의 역할을 해야 했던 묘한 과도기에 등장한 겁니다.

'하이든'이 교향곡의 아버지가 된 것은 어쩌면 이러한 시대적 배경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중세 서양음악은 주로 종교음악과 성악곡(칸타타)이 중심이었으나,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를 거치면서 목소리 없이 악기로만 연주되는 소나타, 협주곡(콘체르토), 2중주(듀오), 3중주(트리오), 4중주(콰르텟), 교향곡(심포니) 등 다양한 기악곡이 만들어지게 되었고, 고전주의와 낭만주의에 이르러서는 결국 이런 기악곡들이 클래식 음악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됩니다. 오늘날 우리가 콘서트에서 또는 집에서 음악감상을 할 때 듣게 되는 상당수의 작품은 고전주의 이후의 기악곡, 특히 교향곡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4인의 바로크 거장 중에서는 오페라 서곡으로 비슷한 작품을 내 놓았을 뿐 교향곡을 작곡한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처럼 바로크 시대까지만 해도 교향곡은 정형화된 틀을 갖추지 못하고 대중의 관심도 끌지 못한 채였는데, '하이든'은 자신의 시대에 막 등장하기 시작한 교향곡 작곡에 심혈을 기울이면서 그 작곡 체계를 잘 정비하였고 이를 고전주의 후배들에게 넘겨줌으로써 향후 모차르트, 베토벤 등 기라성같은 후배 음악가들이 명품 교향곡을 만들어 내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하이든 전후의 교향곡이 어떤 차이점을 가지는지 좀 더 깊숙이 들여다 봅니다.

2. 교향곡이란? 그리고 '하이든' 교향곡의 특징은?

'하이든'이 평생 남긴 작품은 750여곡에 달합니다. 그는 바로크 시대의 작곡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꽤 많은 칸타타와 성가곡, 그리고 약간의 오라토리오와 오페라도 작곡했지만 그의 작품 대부분은 기악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교향곡이 106곡, 4중주곡이 83곡, 피아노 소나타 62곡, 콘체르토 40여곡, 기타 듀오, 트리오 등이 수백곡 있습니다. 먼저 교향곡이란 어떤 형식의 음악인지 살펴 보고 넘어갑니다.

(교향곡이란)

영어로 심포니(Symphony), 이탈리아어로 신포니아(Sinfonia)라 부르는 교향곡은 하이든과 베토벤 이후 낭만주의를 거치면서 연주자 수만도 70명에서 120명으로 거의 모든 종류의 관현악기와 타악기가 함께 어우러져 빚어내는 그야말로 소리의 대향연으로 발전했습니다. 오늘날 전세계의 웬만한 주요 도시들은 이런 교향곡을 연주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를 한두개씩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도시 이름에 '심포니 오케스트라'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지요. 여기서 '필하모닉'(Philharmonic)이란 단어도 '음악을 사랑하는, 교향곡의'라는 형용사로서 결국 두가지 이름은 모두 교향곡을 연주할 수 있을만큼 규모가 큰 관현악단이란 의미입니다. 음악전문가들이 선정한 세계 5대 오케스트라를 보면, 1위 '로열 콘체르트 허바우'(암스텔담), 2위 ' 베를린 필하모니', 3위 '빈 필하모니', 4위 '런던 심포니', 5위 '시카고 심포니' 등의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심포니 오케스트라 악기 배치도, 출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악기 배치는 오늘날 위의 그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지휘자를 중심으로 전면은 모두 현악기가 배치됩니다. 좌측 전면은 고음의 제1 바이올린이, 그 뒤로 제2 바이올린, 지휘자 우측 전면으로는 저음의 첼로와 더블베이스가 배치되고 지휘자 전면으로 바이올린보다 5도 낮은 중음의 비올라가 옵니다. 그 뒤쪽으로 피콜로,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등 목관악기가 배치되고 트럼펫, 트롬본, 튜바, 호른 등 금관악기는 목관악기의 뒤로 갑니다. 물론 오케스트라 맨 뒤쪽에는 타악기와 하프, 피아노 등이 배치됩니다. 이같은 악기 배치는 음악가들이 악기 배치를 이리 저리 다르게 해보고 실험한 결과 청중석에서 가장 아름답게 들리는 최적의 구성을 찾아낸 결과라고 합니다.

소나타나 중주곡, 협주곡 등이 주로 피아노, 바이올린, 트럼펫 등 특정 악기의 독주를 떠 받쳐 주거나 몇개 악기 간에 소리를 주고 받는 소품 형식으로 연주되는데 반해 교향곡은 수많은 다양한 악기들의 소리를 하나로 융합시켜서 음악적 스토리를 펼쳐 나가는 대작 중의 대작입니다. 음식을 예로 든다면 전자는 단품 요리 하나에 몇가지 반찬을 놓고 먹는 간단한 식사인데 반해 교향곡은 전채와 스프부터 시작해 와인을 곁들인 메인요리와 디저트까지 풀코스로 요리를 즐기는 고급 정찬이라고 하겠습니다.

이처럼 음식 먹는데도 순서와 격식이 있듯이 오늘날 교향곡에는 일반화된 전개 방식이 있습니다. 작곡가에 따라 약간씩 변형된 방식을 채택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교향곡은 4악장으로 이뤄져 있지요. 제1악장은 알레그로(Allegro, 빠르게), 제2악장은 아다지오 또는 안단테(Adagio or andante, 느리게), 제3악장은 미뉴에트 또는 스케르초(minuet or scherzo, 빠르고 격렬하게), 제4악장은 알레그로(피날레, 빠르고 화려하게)의 흐름을 가집니다. 이처럼 빠르고 느림이 교차하는 가운데 몇개의 악기가 중심이 되어 제1주제를 제시한 후 조를 바꾸거나 다른 악기들이 제2주제를 전개하고 이 주제들을 다시 재현하는 흐름이 거의 모든 교향곡에 적용되는 형식입니다. 크게 '제시부-전개부-재현부'의 마디로 운영되는 것은 바로 소나타 형식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여기서 교향곡의 주제(모티프, motif)라는 것은 작품 전체를 대표하는 기본 선율입니다. 예를들어 베토벤 5번 운명교향곡에서 '따다다당'하는 문 두드리는 선율이 바로 제1주제입니다. 교향곡을 감상하실 때는, 교향곡의 전개 형식과 주제들이 어떻게 전개, 재현되는지, 제2주제는 또 어떤 선율인지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보통 제1주제는 남성적이고 날카롭고 인상적인데 반해 제2주제는 여성적이고 부드럽고 서정적인 느낌을 가집니다. 하나의 악장은 보통 제시부, 주제1, 경과구, 주제2, 전개부, 재현부, 주제1, 경과구, 주제2, 코다 순으로 전개됩니다. [경과구(transition)란 제1주제와 제2주제를 이어주는 구절이고 코다(Coda)는 각 악장의 작은 결말 부분]

(하이든 교향곡의 특징)

그러면 바로크 시대에는 교향곡이 요즘과 어떻게 달랐을까요. 우선 연주자의 수가 훨씬 적었습니다. 대부분 10~30명 규모로 운영됐습니다. 오늘날로 치면 '체임버 오케스트라' 규모였습니다. 따라서 파트마다 악기 수가 적었던 것은 물론이고 악기편성에서도 피아노, 클라리넷, 트롬본, 튜바, 팀파니(음정 조절이 가능한 타악기) 등 나중에 만들어진 악기들은 초기 교향곡 시대의 오케스트라에는 '하프시코드'나 오르간, 류트(Lute), 레코더 등이 대신 사용되었다가 하이든의 후기 작품에서부터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바로크 시대의 악기 편성과 소규모 인원으로 재현한 옛날 규모의 오케스트라)

 

 

악장 구성 면에서도 오늘날의 교향곡과는 달랐습니다. 학자들에 따라 의견이 다르겠지만, 교향곡이란 형태의 기악곡은 1730년대 이후 이탈리아의 오페라 서곡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지배적입니다. 당대의 이탈리아 작곡가 '죠반니 바티스타 사마르티니'(Giovanni Battista Sammartini, 1700~1775)와 독일 작곡가 '칼 필립 엠마누엘 바흐'(1714~1788, 바흐의 아들로 텔레만의 함부르크 악장 후임자) 등의 교향곡 작품들을 초기 교향곡의 원형으로 보고 있는데, 이들 작품은 오늘날과 달리 대부분 '빠른-느린-빠른'의 3악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하이든은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선배 작곡가로 '칼 필립 엠마누엘 바흐'를 꼽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하이든의 교향곡 작품도 초기에는 모두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1770년대에 교향곡 형식에 변화를 주기 시작해서 1780년 이후에는 미뉴엣과 트리오를 추가한 4악장 형식으로 틀을 바꾸고, 현대 오케스트라에 쓰이는 클라리넷, 트럼펫, 팀파니 등의 악기를 편성하기 시작함으로써 오늘날과 같은 교향곡의 4악장 형식을 완성하게 됩니다. 하이든이 1780년대 초부터 친구로 지내면서 음악 지식을 함께 공유했던 24년 후배 모차르트(1756~1791)의 교향곡도 초기에는 3악장으로 되어 있던 것이 나중엔 4악장 형식으로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하이든은 고전주의와 낭만주의를 거쳐 기악곡의 중심을 이루게 되는 교향곡의 큰 틀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게 된 것입니다.

하이든 이후 베토벤이 6번 '전원 교향곡'을, 베를리오즈가 '환상교향곡'을 각각 5악장 형식으로 발표한 적이 있고 베토벤의 9번 '합창 교향곡'과 말러의 '천인교향곡'에는 합창이 삽입되는 등 약간의 변화가 시도됐으며 시벨리우스는 단 1악장의 교향곡을, 호바네스는 24악장의 파격적인 형식으로 교향곡을 만들기도 했지만 하이든에 의해 정립된 교향곡 4악장 형식의 근간은 오늘날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니 과연 교향곡의 아버지로 불려도 결코 지나치지 않은 찬사라 생각됩니다.

3. 하이든 교향곡 베스트 12 감상

아래 유튜브 클립을 통해 하이든의 교향곡 가운데 베스트 12곡을 감상해 봅니다. 그의 교향곡들에는 대부분 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고전주의 이후 낭만주의 음악의 특징이지요. 작품 별로 제목과 내용과 특징을 정리해 봅니다.

 

(Haydn: The best symphonies The best 12 symphonies by Joseph Haydn)

***

 

하이든 교향곡 Best 12곡

 

 

***

 

다음 편에선
하이든의 어린 시절부터
그의 음악인생을
따라가면서
그가 어떻게 교향곡의 아버지로 서게 되는지
그 과정을 정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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