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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삶과 음악은 이미 '비발디'와 '텔레만' 편에서 상당부분 언급하면서 왔기 때문에 좀 쉽게 정리할 수 있으려니 했는데 막상 '바흐'편을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으니 어떤 이야기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막막합니다. 바흐에 관해서는 자료가 너무 많아서 핵심내용을 추리기도 어려운데다, 당대에는 그다지 인기를 얻지 못했던 그가 현대에 와서는 왜 수많은 작곡가를 제치고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지에 대해서는 나름 약간의 설명이라도 곁들여야 할 것만 같은 의무감을 느낍니다. 역시 수백년 클래식 음악사의 정점에 서 있는 인물을 몇페이지 글로 묘사하기는 결코 녹록한 일이 아님을 느낍니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1685-1750)

1. 음악애호가들의 바흐에 대한 평가와 재미있는 분석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클래식 작곡가를 10명만 골라서 순위를 매겨 보라고 한다면 아마도 천인천답이 나올게 확실합니다. 실제로 세계 유수의 랭킹조사 사이트가 일반 음악애호가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분석한 '가장 위대한 작곡가 10인'의 순위 리스트들을 보면, 10위권에 열거되는 작곡가들은 그야말로 중구난방입니다. 10명의 이름이 완전 일치하는 경우는 하나도 없습니다. 사람들의 취향이 제각각이고  선호하는 악기나 장르가 서로 다르다 보니 당연한 일이겠죠.

지난 2011년 미국의 '토마시니(Anthony Tommasini)'란 음악평론가가 뉴욕타임즈의 독자 1,500여명과 토론을 거쳐서 10대 작곡가를 선정, 용감하게 발표한 적이 있는데 , 매우 흥미로운 분석이라는 평가를 받기는 했지만 많은 독자들로부터 자기가 좋아하는 작곡가가 빠진데 대한 거센 비난의 댓글도 감수해야 했습니다. 그만큼 10대 작곡가 리스트라는 것은 의견의 일치가 불가능하며 그저 재미로 뽑아 보는 것 이상 큰 의미는 없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뉴욕타임즈 집계를 포함하여 모두 6개 기관의 순위 조사결과를 아래 그림처럼 표로 만들어 보니, 중하위권에서는 다양한 작곡가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상위 1~3위는 일사불란하게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3인이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바흐는 5군데의 조사결과에서 1위를 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순위 조사기관별 10대 작곡가 순위)

또 저명 심리학 블로거인 '코어트 비써(Coert Visser)'는 2012년 간단한 설문분석을 통해 클래식 작곡가에 대한 사람들의 선호도가 음악에 대한 지식수준, 연령, 성별 등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 재미있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비써'는  나름대로 10대 작곡가 리스트를 모차르트, 바흐, 베토벤, 쇼팽, 비발디, 차이코프스키, 헨델, 슈베르트, 베르디, 말러의 순으로 제시하고 독자들에게 이 중에서 각자 생각하는 1~5위의 순서를 표시하도록 요청했더니 다음과 같은 표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응답자의 음악전문지식, 성별, 연령에 따른 작곡가 선호도)

위 표에서 보면, 음악전문지식이 많고, 남자이고, 연령이 높을수록 바흐를 최고 작곡가로 꼽는 반면에 음악지식이 적고 여자이면서 나이가 젊을수록 바흐보다는 모차르트를 최고의 자리에 올리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나이가 어린 사람들은 바흐를 3위까지 밀어낸 것도 재미있군요, 그런데 이 조사에서도 1~3위는 여전히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3인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또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2. 바흐 음악은 왜 훌륭한가? - 그 이유를 설명하기는 매우 어렵다.

필자도 음악전공자가 아니라서 그런지 사실 바흐보다는 모차르트가 더 좋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모차르트 곡은 그런대로 흥미를 가지는데 반해서, 이들에게 바흐의 '파이프 오르간 토카타와 푸가'를 들려주면 별 관심을 안가질 뿐 아니라 어떤 경우는 왜 이렇게 장중하고 단조로운 소리를 들어야 하느냐고 짜증을 냅니다. 파이프 오르간의 묵직하고 길게 퍼지는 음에서 느껴지는 지루함은 일반사람들에겐 참기 어려울 수도 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본 통계에서처럼 음악애호가들의 다수가 바흐를 최고의 작곡가로 지목하고 있으며 특히 작곡가나 연주자 등 전문 음악인과 음악평론가들은 단연코 바흐를 최고의 작곡가 자리에 앉히는데 주저하지 않는 것을 볼 때 음악지식이 적은 일반인들로서는 과연 바흐 음악의 어떤 점이 그렇게 훌륭한 것인지 속시원한 설명이라도 듣고 싶은데 명쾌하게 답을 해주는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 웹진 '그라모폰(Gramophone)'은 2015년 1월 1일 "바흐는 최고인가(Is Bach best?)"란 제목의 장문의 기사를 통해 바흐음악의 우수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현대와 과거의 작곡가, 지휘자, 연주자, 가수 등이 바흐 음악에 대해 명언처럼 남긴 칭송의 말들을 집대성하여 바흐 음악이 훌륭한 점을 증명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멋진 표현들만 골라 봤습니다.   

현대 음악인들의 변 ; "바흐의 음악은 영혼의 언어다. 그래서 우리가 그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 독일 바리톤), "바흐에게 들어가는 열쇠는 영적 차원이다. 그는 우리 모두보다도 훨씬 신성에 가까이 있다. 그는 선각자요 현인이며 푯대이다"(낸시 아르젠타, 캐나다 소프라노), "바흐는 당대와 그 이전에 존재했던 최고의 것들을 요약해 낸 위대한 통합자이다"(헬무트 릴링, 독일 지휘자), "바흐가 없었다면 나는 '누가 수난곡'을 작곡할 수 없었을 것이다"(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 폴란드 작곡가), "바흐의 음악은 들을수록 더 많이 들리며 더 주의깊게 들을수록 더 많은 것을 그 안에서 발견해 낼 수 있다. 바흐의 '마태 수난곡'처럼 한없이 긴 공연을 할 때 하품하는 사람이 나오긴 하지만, 이는 곡을 전달하는 사람들의 문제이지 바흐의 음악 자체가 우리를 따분하게 하는건 아니다"(안젤라 휴이트, 캐나다 피아니스트), "바흐 음악에서 우리를 감동하게 하는 '영적 요소'가 무엇인지 규명해 보려고 하지만 불가능한 일이다. 비록 그것을 찾아냈다 하더라도 바로 그 순간 사라져 버릴 것이므로"(존 엘리엇 가디너, 영국 지휘자)

역대 유명 클래식 작곡가와 연주자들의 변도 함께 살펴 봅니다. "바흐 안에서 음악의 모든 생명세포는 마치 세상이 하나님 안에 있는 것처럼 하나로 연합된다. 이보다 더 위대한 다성음악(대위법)은 존재하지 않는다"(구스타프 말러), "그의 이름은 '바흐'가 아니라 '바다'가 되어야 한다(루트비히 판 베토벤, bach는 독일어로 시냇물이란 뜻),  "바흐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루었다. 그는 철처하고도 철저한 사람이다.(프란츠 슈베르트), "모차르트는 가장 아름답고 로시니는 가장 찬란하지만 바흐는 가장 포괄적이다. 그는 표현할 것을 모두 표현한 사람이다(샤를 구노),  "바흐음악은 모든 음악에서 가장 엄청난 기적이다"(리하르트 바그너), "만일 내가 사막 한가운데서 평생 오직 한 작곡가의 작품만 듣고 연주해야 한다면 그 사람은 바로 바흐다"(글렌 굴드), 바흐는 오직 전문가만이 그 진정한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음악을 작곡하도록 허락받은 사람이다. 그의 대위법 예술이 절정에 이르는 순간 완전히 새로운 무엇인가가 시작된다"(아르놀트 쇤베르크)

이 정도면 바흐가 왜 훌륭한지 이해가 좀 되시나요. 아니면 더 아리송해진 것은 아닌지요. '완벽하다', '철저하다', '포괄적이다', '위대한 대위법' 등 몇개의 키워드가 그나마 바흐 음악을 어렴풋이 설명하는 것 같긴 하지만 사실 좀더 깊은 수렁에 빠져 버린 느낌입니다. 이 평가들을 종합하면, 바흐의 음악은 너무나 차원이 높고 넓으며 영적이고 신비해서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며, 웬만한 전문가가 아니면 바흐 음악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할 처지가 못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그래서 일반 음악애호가들은 자신의 속마음과는 달리 최소한 바흐만은 개인적인 호감 비호감을 떠나서 일단 상위에 올려 놓지 않을 수 없게 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바흐 음악의 평가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3. 바흐를 설명할 수 있는 두개의 키워드 : 평균율(Well Temperament)과 대위법(counterpoint)

이처럼 바흐 음악 자체에 대한 감상자들의 선호도는 찬차만별이라 해도 그를 설명하는 대표적 키워드인 평균율과 대위법에 있어서만큼은 그가 후세 음악가에게 미친 영향력 면에서 최고의 작곡가라는데 누구든 동의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지구상의 모든 클래식 음악이 없어진다 해도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The Well-Tempered Clavier Book I and 2, Das wohltemperierte Klavier BWV 846~893)'만 남아 있다면  클래식 음악은 완벽히 복원될 수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누가 한 말인지는 정확치는 않지만 이 말이야말로 그 어떤 칭송의 표현보다도 바흐가 왜 음악의 아버지인지를 설명하는 명언이라고 생각됩니다. 

여기서 잠시 '평균율'이라는 용어는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평균율'을 모르고서는 바흐의 위대함을 설명할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평균율'이란 무엇일까요. 모든 자연과 사물에는 황금비율이라는게 존재합니다. 미인의 눈과 입과 코에는 아름답게 느껴지는 크기와 간격의 비율이 있고 하다못해 일상적으로 쓰는 책이나 전자제품에도 보기에 좋은 가로세로 비율이 있습니다. 이처럼 음악에도 높고 낮은 음이 서로 다른 진동수를 가지고 동시에 어울릴 때 아름답게 들리는 '협화음'이 있는가 하면 듣기 거북한 '불협화음'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황금비율이 왜 존재하는지, 왜 어떤 음은 아름답게, 즐겁게 들리고 어떤 음은 불쾌하게, 슬프게 들리는지 그 이유는 모르지만 아무튼 음률의 체계를 찾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고대에서부터 계속되어 왔습니다.

중세 시대까지는 고대 과학자 피타고라스가 정립한 음률체계가 사용됐습니다. 피타고라스는 오랜 실험 끝에 가장 완벽한 화음은 진동수가 1:2의 비례를 가질 때(한 옥타브일 때)이고 그 다음의 아름다운 화음이 진동수 2:3의 비례(완전 5도)를 가질 때이며 이처럼 진동수가 작은 숫자의 정수 비례일수록 화음이 아름답다는 점에 착안하여 한 옥타브 내에서 3/2의 3/2배가 되고 다시 그 값의 3/2배가 되는 진동수를 순차적으로 찾아내(2를 넘으면 곱하기 1/2을 해서 2가 되기 전까지 반복) 배열한 도,레,미,파,솔,라,시,도의 7음계를 만들어 냈습니다. 각 음간의 간격은 9/8로 맞춰졌으며 미,파와 시,도간의 간격은 256/243의 반음이 되는 기본 음률체계가 이때 완성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일부 음의 조합에서는 완벽하게 아름다운 화성이 나오지만 많은 경우 서로 불협화음이 일어나는 것을 피할 수 없었죠.

그래서 르네상스 이후에는 피타고라스 음률체계에서 주장하는 음 전체의 순차적 비례를 고집하지 않고 음과 음의 진동수 간격을 임의로 약간씩 조정해 줌으로써 불협화음이 협화음으로 바뀔 수 있도록 진동수를 조율해 주는 방법(순정률)이 고안되었는데 이 순정율 방식은 피타고라스 음계에서의 불협화음을 줄이는 중요한 변화를 이뤄냈을 뿐 아니라 장조와 단조 등의 새로운 개념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당연히 음과 음 사이의 간격이 약간씩 불규칙해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음사이의 간격이 불규칙하다는 것은 조성(調性)을 바꾸는 조옮김을 할 때 음이 흐트러질 수 밖에 없음을 의미합니다. 그나마 현악기는 그때마다 조율을 다시 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하나 실로폰이나 건반악기 등은 음이 고정되어 있거나 수시로 조율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조옮김이나 조바꿈이 거의 불가능해지며 이는 작곡이나 연주에 커다란 제약요소가 됩니다.

[파이프 오르간과 하프시코드(또는 쳄발로), 파이프 오르간은 건반을 통해 파이프에 바람을 불어넣어 소리를 내는 악기로 관악기와 유사한 기능을 함. 하프시코드는 피아노와 유사하게 생겼지만 건반의 색깔이 반대인데다 현을 해머로 치는 것이 아니라 뜯는 구조이다. 바로크 시대에는 피아노가 막 등장하던 시절로서 바흐는 귀족들의 궁정에서 피아노를 접해 본 적은 있으나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그의 대부분 건반악기 음악은 파이프 오르간 또는 하프시코드 곡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

 

그런데 특히 바흐는 파이프 오르간에 광적인 애정을 가진 사람이며 오르간 말고도 하프시코드(쳄발로) 등 클라비어(건반악기류)를 위한 음악을 작곡하는데 열심이었던 사람이라는 점에서 순정율의 음률체계로는 자신의 작곡역량을 온전히 소화해 낼 수 없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래서 그가 찾아내어 실용화시킨 것이 바로 평균율입니다. 평균율은 한 옥타브의 7개음과 그사이의 5개 반음, 즉 12음정을 모두 일정한 비율로 나눈 것입니다. 음과 음사이의 간격은 2의 12제곱근 즉, 1.054631로 한 옥타브의 첫음 1에 1.054631을 곱하고 그 값에 다시 1.054631을 연속적으로 곱해 나가면 12번째 음의 진동수는 2가 되는 체계입니다. 이 경우에는 음 간격이 정수 비율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 전체의 음정들이 피타고라스 음계에서만큼 완벽한 화성을 이루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 차이는 너무 미세하기 때문에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며 그 대신 조옮김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크나큰 이득을 얻게 됩니다.

이 평균율의 음율체계는 물론 바흐가 만들어 낸 것은 아닙니다. 1500년대말 중국 명나라의 왕족인 '주재육'이란 사람이 고안해 내어 서양에 전파된 것이라고 전해집니다. 그러나 이 이론을 실제로 작곡에 처음 응용하여 후대에 활용 가능성을 제시한 사람이 바로 바흐였습니다. 바흐는 이 평균율을 사용해 장조와 단조의 24조성(키)로 24곡의 전주곡과 푸가를 작곡하여 1722년에 Book1을 세상에 내놓았으며 1742년에는 다시 Book2를 만들어 모두 48곡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이 후세에 전해지게 됩니다. 이 곡들은 젊은이들의 건반악기 연주를 위한 연습곡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이 곡을 포함한 바흐의 작품들은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브람스 등 후대 작곡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현대의 기본 음률체계가 평균율로 바뀌는 기초를 마련하게 됩니다. 현대의 화성학이라는 학문은 결국 바흐의 곡들에서 찾아낸 작곡의 원리가 정리, 발전된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작곡의 중요한 기법 중 하나였던 대위법에 있어서도 바흐가 후대 음악가들에게 미친 영향은 큽니다. 너무 전문적인 용어라서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평균율이든 대위법이든 일반 음악 감상자에겐 하나도 중요한 것들이 아닙니다. 그 중요성을 가장 잘 알고 배우고 연구하고 활용하는데 열심이었던 사람들은 바로 작곡가나 연주자들이었습니다.

4. 작곡가의 태양(Sun of Composers)

1700년대 중반 이후 바흐를 비롯해 비발디, 텔레만 등 바로크 음악가들이 대중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수백년간 잊혀진 사건은 이미 비발디 편에서 언급된 바와 같은데 생전에 국제적인 인기와 명성을 누렸던 텔레만과 비발디가 150년간이나 어둠에 묻혀 있었던 것과 달리 당대에는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지 못한 바흐 음악이 불과 50년만에 일찍 부활할 수 있었던 것은 왜일까요. 바흐가 1750년 죽은 뒤 6년후와 20년후에 각각 태어나는 모차르트와 베토벤 등 고전주의 작곡가들이 바흐의 작곡기법을 많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과정을 통해 그 맥락이 면면히 이어지면서 비록 바흐의 작품이 대중 앞에 연주되는 일은 없었다해도 그의 작곡기법이 가진 우수성만큼은 작곡가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것이 1800년대 들어 일찌감치 음악학자들의 재평가를 받는 기회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기록에 따르면 바흐 음악이 다시 부활한 결정적 계기는 1802년 독일의 음악사학자로 괴팅겐 대학교수였던 '요한 포르켈(Johann Forkel)'이 "바흐의 생애, 그의 예술과 작품"라는 제목의 바흐 연구서를 출간한데서 비롯됐으며 그후 1829년 멘델스존이 바흐의 '마태 수난곡'을  연주함으로써 본격적으로 바흐 음악을 세상 밖에 드러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독일의 음악신문 '알게마이네 무지칼리셰 차이퉁(Allgemeine Musikalische Zeitung)'지 1799년 10월호에 아래 그림과 같은 다이아그램이 'Sun of Composers (작곡가들의 태양)'이란 제목으로 게재된 것이 발견됨으로써 바흐 음악에 대한 재평가는 '포르켈' 이전부터 이미 시작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독일 음악신문 Allgemeine Musikalische Zeitung 1799년 10월호에 실린 Sun of Composers 그림)

 

이 다이어그램은 '아우구스투스 콜만(Augustus Kollmann, 1756~1829)이란 독일 작곡가가 만든 것인데 자세히 보면, 태양의 불꽃과도 같은 둥근 그림의 정중앙 삼각형에 '바흐'의 이름이 있고 삼각형의 세변을 '하이든', '헨델', 그라운(Carl Heinrich Graun, 1704~1759, 독일 작곡가)의 이름이 감싸고 있으며 그 주변의 수많은 불꽃 위에 텔레만, 모차르트, 글룩 등 바로크와 고전주의 시대의 거장들 이름이 기재되어 있는걸 볼 수 있습니다. '콜만'이 어떻게 해서 이처럼 일찌기 다른 기라성같은 작곡가들을 제쳐두고 바흐를 '작곡가들의 태양' 정중앙에 위치시킬 생각을 하게 된 것인지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바흐의 생존시에는 결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평가의 반전이 사후 50년만에 이뤄진 것입니다. 바흐를 수많은 작곡가들로 구성된 태양의 핵으로 묘사한 위 그림보다 더 극단적인 바흐 예찬론은 전무후무할거란 생각이 듭니다.(중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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