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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의 [하모니카 종류]에서 살짝 언급했듯이 크로매틱 하모니카는 반음을 낼 수 있도록 설계하다보니 구조가 복잡하고 그로 인한 고유의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크로매틱 하모니카를 연주하기 전에 꼭 알아 둬야 할 유의사항들도 있습니다.

 

1. 크로매틱 하모니카의 구조

 

크로매틱 하모니카의 구조를 설명하기 전에 우선 크로매틱 하모니카의 외관과 음정 배열표를 다시한번 살펴보겠습니다.

 

(크로매틱 하모니카의 내부 뼈대, 콤-Comb과 음정 배열표)

 

겉만 보면 크로매틱 하모니카의 취구부(입술에 닿는 부분)도 다이아토닉처럼 한개의 구멍(홀)이 일렬로 늘어서 있습니다. 하지만, 분해해서 보면, 생선가시처럼 생긴 내부의 뼈대(콤, Comb이라고 함, 보통 나무로 만들어지며 플라스틱, 알루미늄 등으로도 제작됨)는 아래 위 두개의 칸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음정 배열표의 1번 홀을 예로 들면, 같은 구멍(홀)에서도 슬라이드 버튼을 누르지 않고 불었을 때는 '도', 마실 때 '레',  슬라이드 버튼을 누르고 불면 '도#', 마시면 '레#' 등으로 한 홀에서 4가지의 소리가 나는데, 크로매틱 하모니카 전체를 분해한 그림을 통해 그 원리를 알아 봅니다.

 

(크로매틱 하모니카 분해도, 콤-Comb을 중심으로 위 아래 리드 패널과 겉 덮개, 전면부에는 슬라이더와 슬라이더 받침 페널, 버튼 등으로 이뤄진 슬라이더 세트와 취구부가 있음)

 

위 분해도에서 짐작하시듯 슬라이더에는 위 아래로 교차되어 네모난 구멍이 뚫어져 있어서 버튼을 누르지 않은 상태에서는 '콤'의 윗 구멍(홀)만 뚫려 있게 되고 버튼을 누르면 윗 홀이 막히고 아랫 홀이 열리게 됩니다. '콤'의 윗 칸에는 1번 홀에 불면 '도', 마시면 '레', 2번 홀에 불면 '미', 마시면 '파'의 소리가 나도록 한칸마다 두개의 리드씩 배치된 리드 패널 윗판이 덮히게 됩니다. 반대로 아래의 리드 패널에는 1번 홀에서 불면 '도#', 마시면 '레#', 2번 홀에서 불면 미#(파), 마시면 파# 소리가 나게끔 리드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 소리가 나려면, 슬라이더 버튼을 눌러서 아랫 구멍(홀)이 열리게 해줘야 되겠죠. 버튼을 누르지 않은 상태와 누른 상태는 아래 그림과 같이 됩니다.

 

(좌측: 슬라이더 버튼을 누르지 않은 상태, 우측: 슬라이더 버튼을 누른 상태)

 

위 그림처럼 슬라이더를 눌렀을 때와 안 눌렀을 때의 열리는 구멍(홀)이 일렬로 되어 있는 것을 ''일렬 슬라이더' (Straight alignment slide, Short stroke))라고 하고 더러는 아래 위의 홀이 교차되도록 배열된 하모니카도 있는데 이를 '교차 슬라이더' (Cross alignment slide, Long Stoke)라고 부릅니다.(아래 그림 참조)  이 두가지 배열 형태를 어느 것이 더 소리가 좋으냐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제가 생각하기는 알렬로 배열된 것 보다는 크로스로 배열된 슬라이더와 리드 패널이 더 좋지 않나 싶습니다.  왜냐하면, 바로 인접한 음정은 공기 흐름에 따라 서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데 홀이 위 아래로 분리되어 있으면 서로 간섭이 줄어들지 않겠느냐는겁니다. 실제로 인접된 음을 아주 빠르게 연속적으로 아름다운 소리내기는 상당히 어렵다는걸 느끼게 됩니다. 

(슬라이더의 두가지 유형)

(슬라이더의 유형, 좌측: 일렬 슬라이더 - Straight alignment, Short stroke, 우측: 교차 슬라이더 - Cross alignment, Long stroke)

 

2, 크로매틱 구조의 가장 큰 특징은 '윈드세이버' (Windsaver)

 

이상에서 크로매틱이 다이아토닉보다 많이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걸 이해하셨겠지만, 크로매틱 하모니카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바로 '윈드세이버' (Windsaver)입니다.  위 분해도에서 우리는 '리드 패널' (Reed Panel)을 자세히 보지 않았는데 아래 사진을 통해 이를 좀더 확대해서 자세히 보면 '윈드세이버'라는게 보일겁니다.

 

 

(리드 플레이트-Reed Plate의 윈드세이버)

'콤'(Comb)을 덮고 있는 위 아래 두개의 플레이트(보통 청동이나 스테인리스로 제작됨)을 확대해서 보면 위 사진과 같습니다.  맨 왼쪽에 있는 하얗고 노란 플라스틱 판이 바로 '윈드세이버'입니다. 사이 사이에 있는 청동 판은 바로 리드 그 자체입니다. 물론 플레이트 반대 쪽의 바닥 면에는 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노랗고 하얀 플라스틱 '윈드세이버'가 붙어 있습니더. 물론 겉에서 '윈드 세이버'가 보이는 부분의 하부에는 보이지 않지만 청동 리드가 플레이트 아랫부분에 붙어 있죠. 그러니까 위 사진에서 윈드세이버가 보이는 것(1번 홀에서 '도)과 리드 자체만 보이는 것(1번 홀에서 '레')이 한 세트가 되어서 '콤'의 한 구멍(홀, 칸)에 배치되는 것입니다.

 

하나의 구멍(홀)에서 불고 마실 때마다 다른 소리를 명확하게 내려면 한쪽의 공기 흐름을 차단해 줘야 합니다. 즉, 저 플라스틱 '윈드세이버'는 밸브 역할을 합니다. 위 그림에서 맨 왼쪽의 1번 홀에서 '도' 소리를 내려고 불면, 바로 옆의 '레'음 밑에 붙어 있는 '윈드세이버'가 리드 구멍을 막아주는 대신 '도'음의 '윈드세이버'가 열리면서 소리가 납니다. 반대로 1번 홀에서 숨을 들여 마시면 겉에서 보이는 '도'음 위의 '윈드세이버'가 닫히고 '레'음 밑의 '윈드세이버'가 열리면서 '레'소리가 납니다. 나머지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이아토닉에는 이런 '윈드세이버'가 없습니다. 다이아토닉도 같은 구멍(홀)에서 두개의 소리가 나는데 왜 그럴까요? 이는 다이아토닉이 매우 작고 짧기 때문에 리드 자체가 밸브 역할도 겸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크로매틱에서도 최고 고음부인 10번 홀부터는 리드가 아주 작기 때문에 별도의 '윈드세이버'가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리드 자체가 밸브 역할을 하는 것이죠.

 

3. 윈드세이버 무엇이 문제이고 해결책은?

 

초보자는 "그래서 윈드세이버가 뭐가 문제 되는데?"라고 하시겠죠?  크로매틱 연주하다 보면 가장 열받는 원인이 바로 '윈드세이버' 때문입니다. 왜냐구요? 앞에서 말씀 드렸듯이, '윈드세이버'는 아주 얇은 플라스틱 시트입니다. 보통 하얀색과 노란색, 두겹으로 이뤄져 있는데요, 위에 있는 노란색은 약간 두꺼우면서 짧고 밑에 있는 하얀색은 더 얇으면서 깁니다. 이는 리드 패널의  공기구멍(Slot)을 보다 효과적으로 막았다 열었다하는 탄성을 주기 위한 과학적 설계입니다. 공기 흐름을 막았다 열어줬다 하는 역할을 하죠.  근데 이것이 마음 먹은대로 열리고 닫히지 않을 때를 상상해 보십시오. 소리 자체가 나지 않거나 막혔다가 갑자지 뻥 뚫린 듯 한참 있다가 소리가 나곤 합니다. 연주자로선 상상만 해도 소름돋는 일입니다.


그러면 이 '윈드세이버'가 원하는대로 잘 움직여 주지 않는 것은 어떨 때일까요?  우선 그 원인부터 살펴보면

(1) 하모니카 동판의 온도가 차가워서 '윈드세이버'와 동판 사이에 이슬이 맺히는 경우,
(2) 점액질의 끈끈한 성분이 쌓여서 '윈드세이버'가 동판에 달라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 경우,
(3) 아래 위의 '윈드세이버'가 서로 달라붙어 있는 경우 등입니다.

​(1)의 경우는 건조하고 따뜻한 날씨에는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날씨가 차갑고 습기가 많은 날, 내 부는 음 즉.  도, 미, 솔에서 자주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평상의 압력으로 불었는데도 구멍이 막힌 듯 제자리에서 소리가 안 나다가 영점 일초 후 소리가 툭 튀어나오는 답답한 상황이 연출됩니다. 온도 차이 때문에 차가운 동판에 따뜻한 숨결이 이슬방울로 맺히고 '윈드세이버'가 그 이슬에 들러 붙어서 신속한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이 됩니다. 불었는데 '뿌떡', '뿌떡' 소리가 나면 이 때문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물론 이건 전혀 하모니카의 고장이 아닙니다. 크로매틱 하모니카 고유의 속성입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는 전혀 열받지 마시고 다음과 같이 해결하시면 됩니다.

 

연주하기 전에 하모니카를 예열해 주세요. 손바닥 등 몸으로 하모니카를 따시게 하든지 아니면 조그만 전기매트나 라디에이터에 올려좋아 하모니카 몸체를 적당히 따뜻하게 데울 필요가 있습니다.  아주 고급 하모니카, 예를 들어 100만원 가까이 하는 '자이델 심포니'  모델 등은 이러한 예열기 겸용 가방을 함께 팔기도 합니다. 만일 추운 겨울 날 야외에 공연을 간다 하면 이런 예열기는 아마 필수품일 것 같습니다. 추운 무대 뒤에서 차가운 하모니카를 녹이려고 아무리 뱃속에 끌어 안고 있어도 다 안 녹아서 공연 도중 소리가 아름답게 안 나고 계속 뿌떡 뿌떡거리면 이건 거의 죽음일 겁니다. 아무튼 이런 현상은 하모니카를 따뜻하게 해주면 절로 해결됩니다. 다만, 하모니카를 너무 뜨겁게 하면 원드세이버가 타거나 휘어져 버려 고장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위의 (2)번, (3)번 같은 경우는 사실 새 하모니카에선 잘 일어나지 않고 아주 오래 쓰다 보면 노폐물들이 늘러붙어서 생기는 현샹인데, 이것도 약간 청소만 해주면 해결됩니다.  (2)의 경우는 '윈드세이버'에 닿아 있는 청동판을 이쑤시개 등 부드럽고 날카로운 물건에 알콜을 묻혀서 잘 씻어 주면 됩니더. (3)번도 얇은 종이 판을 '윈드세이버' 위 판과 아랫 판 사이에 들여 밀어서 서로 붙어 있는 위 아래 판을 떼어 놓으면 해결되죠.

 

또한 크로매틱 하모니카는 윈드세이버 때문에 '벤딩'이나 '오버블로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벤딩'은 다이아토닉에 비해 효과가 아주 작습니다. '벤딩'이나 '오버블로우'는 두개의 리드가 상호작용하면서 리드의 떨림에 불규칙한 변화를 줌으로써 음을 찌그러뜨리는 것인데, 윈드세이버가 그러한 상호작용을 방해하는 것이죠. 그래서 하모니카 고수들은 윈드세이버를 아예 떼어버리고 연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윈드세이버가 없거나 위 아래로 구부러져서 리드 구멍을 막아주지 않는다 해도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윈드세이버가 없으면 공기가 새어 나가고 의도치 않은 음의 변형이 생길 가능성이 있겠죠. 이런 이유 때문에 윈드세이버가 없이 하나의 홀에 리드를 한개씩 온음과 반음을 섞어 붙여 24홀짜리로 만든 크로매틱 하모니카도 제작되고 있지만, 대중화되진 않고 있습니다.

 

4. 크로매틱 하모니카 유의사항

 

앞에서 언급한 윈드세이버 관련 유의사항 외에도 크로매틱 하모니카는 유의해야 할 점이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크로매틱 하모니카는 웬만한 유명 브랜드를 사려면 20~50만원의 큰 돈을 줘야 하기 때문에 고장나지 않도록 잘 써야 한다는 점도 유의사항이겠죠. 고장나지 않게 쓰는 방법은 수시로 잘 세척해 주고 무리하게 '리드'를 건드리지 않는 것입니다. '리드'는 매우 연약한 동판이나 스텐리스에 불과하기 때문에 약간만 흔들어도 바로 부러집니다., 음이 조금 찌그러졌는데 스스로 고쳐보겠다고 이리저리 '리드'를 건드리가단 바로 부러져 버리고 고칠 길이 없게 된다는 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이때는 그 하모니카를 구입한 가게에 가서 치료를 부탁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음주연주 불가)

상식적인 얘기지만, 음식, 특히 기름끼나 끈기있는 음식을 먹고 바로 하모니카를 불면 안됩니다. 연주 전에 꼭 양치를 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또 술먹고 기분에 취해 하모니카 연주하시지 말기를 바랍니다. 숨결 속의 알콜 성분 플러스 술기운에 통제되지 않는 과도한 호흡 때문에 가냘픈 '리드'가 망가지기 쉽습니다. 국산 하모니카는 '리드' 한 두개 부러져도 바로 수리가 가능하지만, 비싸고 좋은 외제 하모니카일수록 수리하려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갑니다. 또 많은 외국 기종이 국내에선 수리가 거의 불가능 합니다.  하지만, 수입회사가 특정된 독일 '자이델' (Seydel) 기종은 국내에서도 웬만한 수리는 빠른 시간 내에 가능하더군요. 

 

(고음부와 저음부는 불기가 어렵다)

가격이 싼 하모니카로는 역시 좋은 소리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소리가 고급스럽지 않고 울림 효과도 떨어집니다. 특히 리드의 반응속도가 좋지 않아서 빠른 곡을 연주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값싼 하모니카가 오히려 내구성은 좋은 것 같습니다. 따라서 연습용으로는 싼 하모니카를 쓰고 값비싼 고급제품은 어느정도 초보자 단계를 멋어난 후 사용하시는게 좋습니다. 그러나, 값비싼 하모니카라고 해서 불기가 쉬운 것은 아닙니다. 특히 저음부와 고음부는 아름답게 소리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마치 고장난 것처럼 소리가 잘 나지 않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호흡법과 입모양에 관한 특수훈련이 필요합니다. 이 훈련법은 별도의 포스팅에서 정리하겠습니다.

 

(하모니카 탁탁 금지)

우리가 어릴 적 한창 하모니카 불던 때에 한바탕 불고 나서는 손바닥이나 무릎에 대고 하모니카를 탁탁 치면서 침방울을 털어내는게 아주 일반적인 습관이었죠. 그러면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하모니카 속애 둘어간 침이 깨끗이 털어내지는 것도 같고 했었죠.  물론 이건 트레몰로를 가지고 놀던 때의 얘기입니다. 하지만, 크로매틱 하모니카에서 이런 행동은 완전 금물입니다. 하모니카에 심한 충격을 주면, 매우 미세하게 조율되어 있는 하모니카의 리드를 흔들어 음정이 완전 깨질 수 있지요.

 

크로매틱 하모니카는 사실상 호흡이 들고 나는 구멍이 매우 좁아서 하모니카의 내부인 '콤'에까지는 침이나 이물질이 절대 들어가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하모니카에서 뭔가 털어내 줄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입술에 닿는 마우스피스만 분해해서 먼지와 때를 씻어 주면 됩니다.

 

(공중에서 상하 흔들어 주면 끝)

그래서, 하모니카를 탁탁 쳐서 털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공중에 대고 하모니카를 상하로 흔들어 주면 됩니다. 이는 하모니카 속의 것을 털어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바람의 힘을 이용해 '동판'과 '윈드세이버'이 사이를 흔들어 줘서 서로 달라 붙어 있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공중에서 하모니카를 아래 위로 흔들어 주면 '윈드세이버'가 바람의 영향 때문에 열렸다 닫혔다 하면서 늘러 붙지 않고 연주에 아주 좋은 상태를 유지하게 되는 것이죠. 

 

이상은 크로매틱 하모니카의 구조적인 특성 때문에 야기되는 유의사항이었구요 다음회에선 호흡법과 입모양, 연주를 하는 기법과 테크닉 등을 정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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