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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사조의 흐름과 시대적 특징)

클래식 음악은

시대에 따라

르네상스, 바로크, 고전주의, 낭만주의, 인상주의 

등으로 분류되는데  

사실 이러한 분류는 후세의 음악평론가들이

당대의 대표적인 작곡가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음악 기법적, 관념적 특징들을 그룹화하고

 미술, 건축 등 다른 예술 양식과도 연관 지어서

상징적으로 지어 붙인 이름이기 때문에 

바로크니 고전이니 낭만이니 하는 이름만 가지고

그 시대의 음악적 특징을  

연상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클래식 음악을 좀 더 이해하려면

이러한 음악의 변천이 어떤 시대적 배경을 통해

이뤄져 왔는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클래식 음악의 발전과정을 

통으로 들여다보면

유럽사회의

정치, 경제적 변혁에 따른

음악 수요자(스폰서)의 변화가 

음악 사조의 흐름과 작곡 양식의 변화를 

리드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거기에다

다양한 악기의 개발 및 개량.

인쇄술 발전에 따른 악보 등

음악 정보와 기법의 공유,

일반 대중의 자산형성으로 교회와 궁정을 벗어난 대형 음악홀 건설 등이

클래식 음악의 발전에 기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 중세 음악)

로마제국과 교황이 지배하던

중세 유럽에서 음악이란

오로지 신과 교회를 위한 찬양 성악이 중심이었다.

음악의 수요자는

단지 신과 교회였으며

따라서 이 시대 음악은

장중하고 엄숙하며 어떠한 인간적인 감정과 기교도 허락지 않는

절제와 균형을 중시하는 종교의식용 음악이었다.

 

 

(2. 르네상스 음악)

 그러던 것이

서기 1400년 이후

로마제국이 쇠잔하고 교황의 권위가 약화되면서

그동안 억눌려 왔던

 인간의 본성과 감정의 중요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확산되는,

즉 신본주의에서 인본주의로 넘어가는

르네상스 시대를 맞게 되는데

당연히 음악 수요자는

교회만이 아닌

그 당시 새로운 권력의 중심으로 올라선

왕실, 영주, 귀족계급 등으로 넓어지게 된다.

 

따라서

이 시대의 음악은

음역과 음울림이 다양해지는 등

인간 감동적인 측면이 강조되기 시작했고

음악의 주제도 신에 대한 찬양 일변도에서

서사시 등 문학작품 등으로 다채로와지면서

작곡가 개인의 독창성과 감정이

조금씩 가미되기 시작한다.

성악곡 위주에서 기악곡도 약간 자리 잡게 된다.

그러나 아직은

인간의 희로애락을 표현할 수 있는,

민속음악에나 존재하는,

꾸밈음, 떨림음, 당김음 등 장식음들은

사용되지 않는,

여전히 균형을 중시하는

교회음악 중심의 시대였다.

 

 

(3. 바로크 음악)

마틴 루터의 

교황청에 대한 95개 조 반박문(1517년 )에서

시작되어

100여 년에 걸쳐 이뤄진 종교개혁 운동,

16세기 이후의 중상주의에 따른 

봉건제도 몰락과 절대왕정의 탄생,

계몽주의와 합리주의 등

일련의 사회적 변혁과 더불어

르네상스 시대에 맺히기 시작한

클래식 음악의 꽃봉오리가 활짝 만개한 시기이다.

 

음악의 수요가

교회의 비중은 크게 줄어든 대신

궁정과 귀족 그룹으로 무게중심이

확연하게 옮겨졌다.

 

이에 따라

과거의 틀에 박힌 다성부 합창 중심에서

 통주저음(낮은 화음반주)에 맞춘

단선의 멜로디로

연주자의 즉흥성과 폭넓은 장식음의 사용이

마음껏 허용되는 

매우 전격적인 작곡기법의 변화를 나타냈으며

성악의 형태는 더욱 웅장하고

화려한 극적 요소가 가미되어

마치 대하드라마를 연출하는 듯한

오라토리오, 칸타타, 수난곡 등 새로운 양식의

성악 장르를 탄생시켰을 뿐 아니라

아예 거기에다 무대 효과를 플러스시킨

'오페라'라는 명품 장르까지 만들어 내는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다.

노래의 주제도 교회보다는

세속적인 내용의 비중이 훨씬 커졌다.

 

바로크 시대에

특히 주목할만한 사항은

성악곡 외에 기악곡이 

독립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개량 오르간과 바이올린,

이 시대에 발명되어 막 사용되기 시작한

피아노 등을 중심으로

성악을 배제한 악기만의 합주 음악이

소나타, 협주곡(콘체르토), 교향곡 등의

새로운 형식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이렇게 

급속한 변화를 창출해 낸

이 시대의 음악은

아마도 통기타 포크송에 젖어있던

일부 고지식층이

갑자기 등장한 

디스코에 힙합과 랩을 들으면서

느꼈던 충격만큼이나

거부반응을 일으켰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바로크'인 것 같다.

 

원래 '바로크'란 단어는

포르투갈 출신 의학자인

Garcia de Orta란 사람이

1563년 출판한 책에서 

"찌그러진 진주"를 지칭하는 말로 

처음 사용한 것인데

점차 "부자연스러운", "까다로운",

"괴상한" 등으로 의미가 확장되었고

누군가 - 장 자크 루소란 설도 있지만 - 암튼

이 시대의 음악을 '바로크'라

부르게 됐다는 것이다.

 

('바로크 진주', Pearl Barroca, 찌그러진 진주)

 

바로크 진주는 처음에 아마도

불량품 취급을 받지 않았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새로운 심미안적 평가가 이뤄지면서

지금은 동그란 일반 진주보다

더 값비싼 보석으로 평가받고 있다.

바로크 음악이 바로 이와 같다.

 

(비발디/바흐)

 

(4. 고전주의)

바흐, 헨델 등 바로크 시대 작곡가들의 사후,

모차르트, 베토벤 등 신세대 천재 음악가들이

등장했을 때

교회는 더 이상 음악의 수요자가 아니었으며

왕과 영주 등 귀족 그룹이

음악의 절대적 스폰서로 부상하였다.

 

이 시대는

과거 천년 이상 지속된

 교회의 절대적 권위에서 벗어남으로써

작곡기법도 그동안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복잡하고 고정된 틀을 벗어던지고

그야말로 

자연스럽고, 단순하면서, 보편적인, 

누가 들어도 그 선율의 아름다움에

공감할 수 있는,

가장 Classical한 음악이 만들어진 시기이다.

우리가 서양음악을 뭉뚱그려서

클래식 음악(Classical Music)이라고 부르지만

이 '고전주의 음악'을 영어로 하면 바로

Classical Music인 것이다.

 

우리가 이 시대 음악을

'고전주의'라고 번역을 하다 보니

무슨 바로크 시대 음악에 대한 반발로 그 이전의

복고풍 음악으로 회귀한 것이 아닌가

오해할 수 있는데,

여기서 Classical이란 의미는

복고적인 음악이란 뜻이 아니라

"모범적인", "균형적인",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시대초월적인" 등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물론

고전주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그동안 교회음악과의 연관성이 적지 않았던

바로크 음악은 

작품의 개별적 호불호를 떠나서

통째로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음악이라는

비평을 받게 되며

그 후 수백 년간

바로크 작곡가들은 대중으로부터 

완전히 잊힌 존재가 된다.

 

그러나

모차르트, 베토벤 등

고전주의 대표 작곡가들은

바흐, 텔레만 등의 바로크 음악을 세밀히 연구하고

그 장점들을 자신의 작곡에 융화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고전주의 시대는 바로크 시대와의 단절이 아니라

바로크 음악을 계승, 발전시켜

클래식 음악이 대중화되는 기초를 마련한

시기라 할 수 있다.

 

특히

바로크 시대까지만 해도

 비중이 높았던 성악곡은 크게 줄어든 대신

 '오페라'의 형식으로

희극, 비극, 코미디 등

다양한 문학적 내용과 더불어

 무용과 성악과 연기가 함께 어우러진

종합예술로 발전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바로크 시기에 생겨난

소나타, 협주곡, 실내악곡, 교향곡 등

기악곡이 완벽하게 그 면모를 갖추게 되었고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클라리넷, 플루트 등

악기의 개량과 함께

전무후무한

불후의 명곡들이 탄생하게 된다.

 

(모차르트/베토벤)

 

(5. 낭만주의)

영국의 명예혁명(1688) 이후

미국 독립(1776), 프랑스 혁명(1789)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시민운동에 의한 

왕권의 쇠퇴와 시민그룹의 지위향상,

1785년 증기기관 발명에서 비롯된

산업혁명에 따른 새로운 자본가 그룹의 형성을

배경으로

음악의 수요가 본격적으로

소수의 특권계층이 아닌

일반 대중에게 넘어가는 시기이다.

 

예술가들은

바로 이 시기에 해당하는,

1700년대 후반부터 1800년대의 

음악, 미술, 문학 등을

두리뭉실하게 

낭만주의(Romanticism)라 부르고 있다.

 

근데

왜 굳이 낭만주의란 이름을 붙였을까?

Romantic이란 단어의 원래 뜻을 새겨보면

"비현실적인", "환상적인", "소설적인"

등의 의미인데, 과연 걸맞은 이름인지,

그리고

 이 시기의 음악들은 과연 Romantic이란

한마디로

묶어도 괜찮을 만큼 동질성을 갖고 있는 것인지.

 

우선

이 의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시대적 변화가 가지는 의미를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시기의 사회변화는

과거 교회의 권력이 왕실로 이전되는 정도의

변화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그러니까 소수의 특권계층 사이에 이뤄진

권력의 단순 이동이 아니라

소수계층의 독점적 권력이

 일반 대중에게 급격하고 광범위하게 이전되는,

다시 말해서

권력이동이라기 보단 권력의 분산이

이뤄진 셈이다.

어떻게 보면 

일시적으로 권력의 공백이 발생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시기이다.

 

또한

이 시대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이념 대립,

자본가와 노동자의 갈등,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물질주의가 

새로운 사회현상으로 부각되기 시작했으며

나라마다

국가와 민족, 역사 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정립하는 시기였다.

한마디로

유럽 전체가 동질적인 규범과 안정 및 일체성을

잃어버린 채

제각각 혼란과 불안에 싸인 진공상태 같은

시기를 맞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음악의 메인 스폰서가 된

일반 대중들이 느끼는

감성적 공백상태의 허전함을 채워주기 위해서는

고전주의 등 기존의 아름답기만 한,

정형적인, 모범적인 음악보다는

좀 더 대중의 감성에 깊이 어필하는 음악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대의 음악은

음의 표현을 아름다운 선율의 향연에 그치지 않고

작곡가 개인의 열정과 독창성과 상상력을 담아

음이 가지는 언어적, 회화적, 시적 표현을 

주관적, 개인적, 환상적으로

청중의 감성을 파고드는 데 중점을 두게 된다.

따라서

낭만주의 음악의 한 특징은

기악곡에 제목을 달거나 해설을 삽입하는

'표제음악'이 많다는 것인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시대의 음악을 Romanticism이라

이름 붙인데 대해 어느 정도 수긍은 간다.

하지만

이 시대의 음악을 모두

Romanticism이라고 일괄해서 분류하는데 대해

음악 전문가들은 반대한다.

 

왜냐하면

작곡가마다 개성의 차이가 크고

지향하는 바도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쇼팽/리스트)

 

(6. 국민주의)

낭만주의 시대에는

특히 역사성과 민족성을 강조한 작곡가들이

다수 출현했는데

이들은 별도로 민족주의 또는 국민주의 음악가로 분류한다.

 

스메타나, 드보르작, 그리그, 엘가, 

시벨리우스 등이

국민주의 작곡가에 속하고 있다.

이들은 출신 국가 고유의 전설, 민요,

문학 등의 소재를

음악으로 만들어 민족의식을 고취하는데

초점을 맞춘 사람들이다.

 

(엘가/그리그)

 

(7. 러시아 5인조)

국민주의 작곡가 중에서도

이 시대의 러시아 음악가 5인에 대해서는

5인조라는 이름으로 따로 분류하기도 한다.

 

미하일 글린카에서 시작하여

러시아 특유의 민족적 색채를

음악에 담고자 노력한

 림스키 코르사코프, 무소르그스키, 보로딘,

큐이, 발라키레프 등

5 사람을 러시아 5인조라고 부른다.

 

이들은 모두

음악과 동떨어진 분야에서 일을 하다가

우연히 음악가의 길에 들어선 사람들로서

음악을 정규 음악교육 과정에서 배운 적이 없고

당연히 외국의 음악 흐름에 대해

공부할 기회도 없었던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들이다.

 

(러시아 5인조)

 

(8. 인상주의)

또한

낭만주의 시대에 속하면서도

드뷔시와 라벨 등 몇 사람은

인상주의 음악가라는 별도 그룹으로

분류되고 있다.

때로는

바르톡과 스트라빈스키까지

인상주의로 분류되기도 한다. 

 

당시는

마네, 드가, 모네, 세잔, 고흐 등

불세출의 인상주의 화가들이 출현하여

그림의 사실적 표현에서 벗어나

색채와 빛의 변화를 통한

자연의 인상적인 느낌을 전달하는데

역점을 두던 시대였다.

 

아마

드뷔시와 라벨 등은 

이러한 미술계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과감한 화성과 음계의 변화,

불협화음의 사용,

마디선에 구속되지 않는 리듬 등

과감한 작곡기법과 악기 편성의 변화를 통해

특이한 색채와 느낌을 가진 음악을 만들어낸

음악가로 평가받고 있다.

 

(드뷔시/라벨)

 

(9. 현대음악)

음악 사조에 있어

현대음악이란 분류는 매우 모호하다.

그냥 단순하게

1800년대 말부터의 음악을 모두

현대음악으로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음악의 특성으로 따지자면

고전주의, 낭만주의, 인상주의, 민족주의,

사실주의 등

음악 사조 전체에 걸친 특징들이

음악마다 제각각 다르게 나타나고 있으며

심지어 신비주의, 전자음악 등 새로운 장르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거슈윈, 스트라빈스키)

***

 

다음 회에서는

주요 클래식 작곡가들을

음악사조의 흐름에 따라

연대표를 만들고

그들의 삶과 죽음을

정리해 봅니다.

 

계속해서

작곡가들의 일대기를 살펴 보고

주요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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