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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카는 금관악기일까요 목관악기일까요. 커버와 리드판이  쇠로 만들어졌으니까 금관악기인가요 아니면 리드판과 리드판 사이의 콤(Comb)이 나무로 만들어져 있으니 목관악기일까요? 콤은 나무 뿐 아니라 알루미늄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는 또 어떻게 되나요. 도대체 금관악기와 목관악기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금관악기와 목관악기의 차이점을 정리하고 하모니카는 과연 어떤 악기로 분류하는게 맞을지 살펴 봅니다.

 

1. 금관악기와 목관악기

 

영어로 관악기는 Wind Instrument라고 합니다. 바람, 즉 공기의 흐름을 통해 소리내는 악기가 관악기죠.  그중에서 금관악기는 Brasswind, 목관악기는 Woodwind라고 부릅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역사적으로는 단순히 악기의 재질에 따라 금관악기와 목관악기를 분류했습니다. 금속 재질로 만들어졌으면 금관악기, 나무 소재로 만들어진 것은 목관악기였습니다. 그러나 소재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나무로 된 악기에도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금속 재질이 사용되면서 소재를 기준으로 금관이냐 목관이냐를 구분하기는 어려워졌습니다.

 

우선 클래식 음악에서 금관악기와 목관악기로 분류되는 악기들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보면, 재질과는 전혀 상관없이 분류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아래 표에서 보면, 금관악기는 모두 금속재질로만 만들어졌고 목관악기는 대부분 나무와 금속이 섞여 있는데 플루트처럼 금속으로만 이뤄진 것도 있습니다. 색소폰도 전체가 금속 재질이고 마우스 피스의 리드만 나무인데 목관악기로 분류됩니다. 따라서 악기의 재질만 가지고 금관과 목관을 구분할 수는 없습니다.

 

           
금관악기
(Brasswind)
목관악기
(Woodwind)
악기명 그림 재질 악기명 그림 재질
트럼펫
(Trumpet)
금속 피콜로
(Piccolo)
나무+금속
트롬본
(Trombone)
금속 플루트
(Flute)
금속
호른
(Horn)
금속 클라리넷
(Clarinet)
나무+금속
튜바
(Tuba)
금속 오보에
(Oboe)
나무+금속
  바순
(Bassoon)
나무+금속
색소폰
(Saxophone)
금속+나무리드
레코더
(Recorder)
나무 or 플라스틱

 

 

2. 금관악기와 목관악기의 차이점

 

(소리내는 방법)

금관악기의 마우스피스(Mouthpiece 또는 Embouchure)는 악기에 따라 약간씩 모양이 다르지만 대체로 원통형으로 되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금관악기의 마우스피스)

이처럼 리드(Reed, 떨림판)가 별도로 없는 원통형의 마우스피스에 바람을 불어 넣어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입술의 떨림이 있어야 합니다. 즉, 금관악기는 입술의 떨림을 통해 악기 몸체를 공명시켜서 소리를 내게 되는데 반해 목관악기는 마우스피스에 나무로 만든 얇은 리드가 부착되어 있어서 이 떨림판의 울림을 통해 소리를 내게 됩니다. 

 

클라리넷 오보에 바순 색소폰

 

그러나, 피콜로와 플루트는 목관악기면서도 리드가 없습니다. 따라서 입술의 떨림으로 소리내면 금관악기, 리드의 떨림으로 소리내면 목관악기라는 분류기준도 명확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면, 피콜로와 플루트는 리드도 없고 입술의 떨림도 없이 어떤 방식으로 소리를 내는걸까요. 피콜로와 플루트는 아래 그림처럼 옆으로 구멍이 뻥 뚫려 관악기 중 유일하게 피리처럼 옆으로 들고 연주합니다. 아랫입술로 구멍을 1/3정도 가린채 맞은편 에지를 향해 공기를 보내면 공기 소용돌이의 공명을 통해 리드나 입술 떨림 없이도 소리를 내게 됩니다.

 

 

(소리의 방향성)

금관악기는 몸체가 클 뿐 아니라 공기가 지나가는 관의 길이도 긴 편이기 때문에 몸체가 작고 짧은 목관악기에 비해 불어넣는 공기량이 많아야 하고 그만큼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또한 금관악기의 모양을 보면, 공기가 최종적으로 나가는 출구가 전방을 향해 활짝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을 '벨'이라고 하는데 이로 인해 금관악기는 소리가 방향성을 갖습니다. 즉, 금관악기 소리는 전방을 향해 멀리까지 뚫고 나가는 힘이 있죠. 반면에 목관악기는 소리 자체가 크지도 않지만 방향성이 없이 주변으로 은은히 퍼져나가는 소리가 됩니다. 야외 주악대에서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고 녹음을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케스트라에서의 악기 배치도 목관악기는 전면에, 금관악기는 후면에 위치하게 됩니다.

 

(밸브와 키)

금관악기에서는 소리의 높낮이를 제어하는데 밸브(Valve)를 사용하는데 반해, 목관악기에선 키(Key)를 사용합니다. 공기흐름을 통제한다는 점에서 밸브나 키나 그 역할은 동일합니다.

트럼펫의 밸브 플루트의 키

 

3. 하모니카는 금관악기 아니면 목관악기?

 

이상에서 금관악기와 목관악기를 구분하는 기준은 상당히 모호함을 알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클래식 악기들은 학술적으로 어떤 것은 금관악기다 어떤 것은 목관악기다 하고 이미 분류가 되어 있지만, 하모니카처럼 비교적 현대 악기면서 오케스트라에 사용되는 클래식 악기가 아니라면 어떤 쪽으로 분류해야 맞을지 애매할 수 있습니다. 

 

하모니카는 비록 금속으로 만들어졌어도, 일반적으로 리드를 울려서 소리내는 악기라는 점에서 목관악기로 분류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입술의 떨림으로 소리내는 것도 아니고 소리의 방향성이 있는 것도 아니니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다른 목관악기의 리드는 모두 나무로 되어 있는데 반해 하모니카는 리드가 금속으로 되어 있는 유일한 악기입니다. 또한 무슨 밸브나 키가 있는게 아니라 반음을 내는 슬라이드 외에는 아무런 장치가 없습니다. 입술 자체의 떨림은 없지만, 입안의 볼 근육과 혀 등을 이용한 공기 흐름의 변화를 통해 소리를 제어한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악기에도 없는 테크닉을 필요로 합니다.  하모니카는 금관악기나 목관악기의 하나로 분류해 버리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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