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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 (Ennio Morricone)가 2020년 7월 6일 92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영화를 좋아시는 분들,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에겐 정말 귀에 익숙한 이름이죠. 엔니오 모리코네. 이제 더 이상 그의 새로운 음악을 들을 순 없게 되었습니다. 그가 남긴 음악을 들으면서 그를 추억할 수 밖엔 없겠네요. 그의 음악인생을 돌아보고 인기곡들을 감상해 봅니다.

 

('엔니오 모리꼬네', 1928~2020)

 

(트럼펫으로 음악공부, 6살에 작곡 시작)

'엔니오 모리꼬네'는 192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납니다. 그의 아버지는 경음악단의 트럼펫 연주자였습니다. 그래서 모리꼬네의 음악 공부는 아버지에게 트럼펫을 배우는데서 시작됩니다. 그는 트럼펫 연주 뿐 아니라 작곡에도 소질을 보여, 6살 때 이미 곡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일찌감치 그의 재능을 알아 본 아버지는 12살의 모리꼬네를 '산타 세실리아 국립 음악학교'에 트럼펫 전공으로 입학시킵니다. '모리꼬네'는 4년제 과정인 트럼펫 공부는 6개월만에 모두 마치고 나머지 기간은 작곡과 관현악학을 중점 공부해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합니다.

 

(쇼 프로, 드라마 배경음악 하다 영화음악에 진출)

피아노곡과 관현악곡 등 클래식 음악을 작곡하던 그가 영화음악의 길로 들어선 것은 우연한 기회에 라디오 쇼 프로그램의 배경음악을 작곡하기 시작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라디오 쇼 프로에서 TV 드라마 음악으로 연결이 되었고, 드라마 음악은 그의 이름을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됩니다.  그의 명성은 자연스럽게 영화음악 작곡 분야에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그가 평생 작곡한 영화음악은 모두 450여편이라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그의 이름을 처음 세계적으로 알리게 된 영화는 당시 인기가 많았던 일련의 서부영화 시리즈였습니다. 

 

('스파게티 웨스턴' 영화의 대박)

우리가 보통 '웨스턴 무비' (Western Movie)라고 부르는 서부영화들은 미국의 서부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총잡이들 간의 다툼과 결투 스토리를 영상화한 것인데, 발명왕 '에디슨'이 설립한 영화사, '에디슨 필름'의 1903년작 '대 열차 강도' (The great train robbery)가 제대로 된 서부영화의 효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이후 서부영화는 오랫동안 미국과 유럽 영화계에 가장 인기있는 영화 장르가 되어 왔죠. 

 

처음엔 미국 헐리우드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서부영화가 1960~1970년대에 들어서는 묘하게도 이탈리아 감독들 손에 만들어진 서부영화들이 전세계 극장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서부영화를 '스파게티 웨스턴' 또는 '마카로니 웨스턴'이라고 불러 헐리우드 서부영화와 구별하곤 했죠.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미국 로케를 하지 않고 주로 스페인의 황무지에서 촬영을 했다는데, 사실 어렸을 때 이런 스파게티 웨스턴 영화를 보면서도 촬영지가 미국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던 것은 물론이고 미국영화가 아닌 이탈리아 사람들이 만든 영화라곤 생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튼 이 즈음 영화음악 작곡에 합류하게 된 '모리꼬네'는 초등학교 친구이자 영화감독인 '세르지오 레오네' (Sergio Leone)와 합작하면서 크게 성공을 거둡니다.  '모리꼬네'는 '레오네' 감독이 제작하는 몇 편의 '스파게티 웨스턴' 영화들의 음악을 작곡했는데 전세계 영화시장에서 연달아 대박을 내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무법자' 시리즈로 잘 알려진 3편의 영화, '황야의 무법자' (The Fistful of Dollars, 1964), '석양의 건맨' (For a few Dollars more, 1965), '석양의 무법자'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1966)가 엄청난 히트를 기록합니다. 

 

(황야의 무법자, The Fistful of Dollars 주제곡)

당시 '모리꼬네'란 이름은 몰라도 이 영화에 나오는 음악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죠. 특히 '석양의 무법자'에서 코요테가 우는 듯한 소리는 영화음악의 전설이 되고 있습니다.  이 영화들의 성공은 '레오네' 감독의 연출과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매력과 작곡가 '모리꼬네'의 음악이 잘 어우러진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한가지가 빠지게 된다면, 과연 무법자 영화의 맛이 제대로 느껴질지 의문이 들죠. 특히 '레오네' 감독과 '모리꼬네'의 조합은 환상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영화들은, 예를 들어 히치콕 영화의 '버나드 허먼', 제임스 본드 영화의 '존 배리', 스필버그 영화의 '존 윌리엄즈' 처럼 감독과 작곡가의 찰떡 궁합이 연상되는데, '레오네' 감독과 '모리꼬네'의 관계도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겠죠.  그 후에도 미국 영화사 '파라마운트'가 '레오네' 감독을 초청해서 만든 서부영화,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1968)에서도 '모리꼬네'의 음악은 빛을 발합니다.

 

(석양의 무법자,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주제곡)

 

 

 

그의 초기 성공적인 영화음악이 서부영화라서 그렇지 '모리꼬네'가 작곡한 서부영화 음악은 모두 35편 정도 밖에 안됩니다. 그러니까 그가 작곡한 대부분의 영화음악은 서부영화가 아닌 일반영화 음악들이죠. 그중에서도 1986년작 영화 '미션' (Mission)의 주제곡, '가브리엘의 오보에'는 나중에 사라 브라이트만이 '넬라 판타지아'라는 이름으로 가사를 짓고 노래를 불러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노래가 됩니다. 이 밖에 The Sicilian Clan (1969), The Untouchables (1987) 등의 주제곡도 빼놓을 수 없는 명곡입니다.

 

(The Sicilian Clan 주제곡)

이렇게 수많은 영화음악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상 복이 별로 없었습니다. 이런 저런 상들을 타긴 했지만, 아카데미 음악상에는 5번이나 후보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번번히 고배를 마셨죠. 아카데미 측은 그런 그를 안타까이 여겨 2007년 공로상을 수여하기도 했는데, 2016년에는 The hateful Eight란 영화에서 드디어 '아카데미 음악상'을 타게 됩니다. 그가 죽기 4년전이었습니다. 2020년 집에서 낙상을 입어 요양하던 중 7월 6일 타계하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영화음악 이외에도 수많은 클래식 작품을 남겼다는 점에서 영화음악의 거장이라는 표현보다는 현대 클래식 음악의 대가로 불려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기억에 남아 있는 수많은 영화와 함께 영원히 존재할 그의 음악들은 영화와 떼어서는 도저히 생각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가브리엘스 오보에, 넬라 판타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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